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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만 지나면 남편도 연금을 받는다. 그동안은 '연금이 나오면 그래도 생활이 조금은 나아지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노후와 관련된 글을 찾아보고 여러 이야기를 접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현재 우리 부부의 한 달 수입은 약 250만 원 정도다. 둘 다 일을 하고 있지만 매달 들어오는 돈으로 저축을 하기는커녕 생활비를 마련하기에도 빠듯하다. 매주 마트에 가서 장을 볼 때 10만 원이 넘어가면 괜히 가슴이 철렁한다. 예전에는 이 정도면 꽤 많이 샀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장바구니에 몇 가지 담지 않았는데도 금액이 금세 올라간다.

 

문제는 식비만이 아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일을 하기 때문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정말 피곤하다. '오늘은 그냥 사 먹자'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배달음식을 주문하거나 외식을 하는 날도 생긴다. 그렇게 하루하루 생활하다 보면 한 달이 지나고, 통장을 확인했을 때 남아 있는 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문득 걱정이 된다.

 

'남편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면 우리는 정말 괜찮을까?'

 

그동안 나는 연금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에 조금 안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주변에서 연금 이야기를 들으면 '그래도 매달 일정한 돈이 들어오면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후생활을 생각할 때 단순히 연금액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연금이 얼마인지도 중요하지만 그 돈으로 매달 어떤 생활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관리비와 통신비, 보험료, 식비가 있고 예상하지 못한 병원비나 경조사비도 생긴다. 지금도 생활비가 빠듯한데 나이가 들어 소득이 줄어든다면 작은 지출 하나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았던 것은 '집 한채가 있다고 해서 노후가 반드시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라는 이야기였다.

 

나 역시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아이들에게 아파트 한 채라도 물려주면 도움이 되겠지'

 

평생 열심히 살아서 집 한 채를 마련하고, 나중에는 그것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상속 과정에서는 세금이나 각종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자녀가 실제로 그 집을 필요로 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집을 팔거나 작은 집으로 옮기는 것이 정답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각자의 주거환경과 자산, 가족관계, 앞으로 필요한 생활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노후를 준비한다는 것은 단순히 재산을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동안 필요한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생각하는 일이라는 것.

 

지금까지 나는 노후 준비라고 하면 막연하게 '저축을 많이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현재 우리 형편에서는 갑자기 큰돈을 저축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야 한다.

 

우선 매달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 제대로 살펴보기로 했다. 특히 피곤하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늘어난 배달음식과 외식비부터 확인해 볼 생각이다. 무조건 안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말 필요한 곳에 돈을 쓰고 있는지부터 말이다.

 

그리고 남편의 연금이 실제로 얼마 정도 나오는지도 정확하게 확인해 보아야겠다. 막연하게 '연금이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예상 수령액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분명 다를 것이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하나씩 찾아보고 싶다. 큰돈을 한꺼번에 마련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생활비를 조금 줄이고,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저축하고, 노후에 필요한 현금 흐름을 공부해 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노후 관련 글을 읽다 보면 연금액이나 자산 규모로 사람을 몇 등급으로 나누는 이야기도 보인다. 누구는 상위권이고 누구는 하위권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씁쓸해진다.

 

하지만 이제는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우리 부부의 현실을 먼저 바라보려고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노후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노후가 아니다. 매달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고, 갑자기 병원에 갈 일이 생겨도 너무 두렵지 않고, 가끔은 맛있는 음식도 먹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도 갈 수 있는 정도의 생활이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얼마나 물려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전에, 우리 부부가 스스로의 노후를 책임질 수 있는 기반부터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남편이 연금을 받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그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 보자. 한 달 지출을 기록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연금과 노후생활비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는 것.

 

아마 이것이 우리 부부에게는 가장 현실적이고 노후 준비의 첫걸음일 것이다.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지금부터 준비해 보자'고 마음먹은 것.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노후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