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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천 명이 넘는 백세인을 직접 연구한 박성철 교수의 장수 연구는 단순한 건강 정보를 넘어,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거창한 비법이 아닌 걷기, 식사 시간, 관계 맺기라는 일상의 습관이 장수의 핵심임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AI 생성 이미지

 

걷기 습관이 심폐 기능과 수명을 결정한다

박상철 교수가 전국 장수 마을을 조사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공통점은 놀랍도록 단순했습니다. 장수인들은 예외 없이 마을 꼭대기 혹은 적어도 마을 중간 이상 지역에 살고 있었습니다. 마을 아래쪽에 사는 장수인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는 언덕을 오르내리며 더 많이 걷는 생활 방식이 심폐 기능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백세인의 건강과 활동성을 평가하는 지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걷는 속도입니다. 5미터를 몇 발자국으로, 몇 초에 걷느냐가 핵심 측정 기준이 됩니다. 젊은 사람의 보폭은 약 70cm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보폭이 점점 줄어들어 20cm, 10cm로 좁아지게 됩니다. 보폭의 크기는 그 사람의 근력과 심폐 기능, 신체 전반의 활동성을 반영하는 지표인 셈입니다.

 

박상철 교수는 일반인에게 권장하는 걷기 방식으로 인터벌 워킹을 제안합니다. 언덕을 오르내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언덕길이 없는 환경이라면 천천히 걷다가 빨리 걷고, 다시 천천히 걷다가 빨리 걷는 방식을 반복하는 것이 심폐 기능에 강한 자극을 줍니다. 편안하고 일정한 속도로만 걸으면 심폐기능에 큰 자극이 오지 않지만, 인터벌 워킹은 전신 운동의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중요한 시각이 필요합니다. 마을 꼭대기에 사는 것이 장수의 원인이라기보다는, 활동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해 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언덕 위 지역에 자리를 잡게 되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즉, 언덕이 장수를 만든 것인지, 아니면 활동적인 사람이 언덕 위에 살게 된 것인지는 인과관계보다 상관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신체활동이 심폐 기능을 강화하고 수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 자체는 수많은 의학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지되고 있습니다. 일상 속 걷기 습관이 얼마나 강력한 건강 자원이 되는지를 백세인 연구는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통 식단과 발효식품이 장수를 뒷받침한다

백세인 연구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발견은 먹는 것, 즉 식단에 관한 것입니다. 박상철 교수가 연구를 시작한 30년 전만 해도 우리 전통 식단에 대한 시각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서양 식단이 더 우월하고, 샐러드와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백세 어르신들은 오직 전통 식단만으로 장수를 이루어냈다는 사실이 이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박상철 교수는 세계적인 장수 식단으로 꼽히는 지중해 식단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우리 전통 식단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검증했습니다. 지중해 식단은 과일과 채소를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식단은 채소 위주이며 과일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항산화 능력과 항돌연변이 억제 능력을 기준으로 분석하면, 채소에는 돌연변이 억제와 산화 억제 능력이 모두 존재합니다. 과일은 항산화 능력은 강하지만 돌연변이 억제 능력은 껍질에 집중되어 있어, 껍질을 벗겨 먹으면 그 효과가 크게 줄어듭니다. 따라서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면 두 가지 기능 모두를 커버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또한 우리는 채소를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는 방식을 주로 사용합니다. 80도에서 100도로 1분에서 3분 데치면 비타민 C가 약 20% 감소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데치면 야채의 부피가 줄어들어 생채소보다 다섯 배 가량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가 피토케미컬을 비롯한 각종 생리 활성 물질을 훨씬 더 많이 섭취하게 되어, 비타민 C의 소폭 감소는 충분히 상쇄됩니다.

 

육식 섭취가 적었던 백세 어르신들에게서 비타민 B12 수치가 정상이었다는 발견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 해답은 된장, 간장, 청국장, 고추장, 김치 같은 발효식품에 있었습니다. 발효식품이 비타민 B12 결핍 문제를 해결해 준 것입니다. 채식 위주 식단에 발효식품을 더하는 조합이 우리 전통 식단의 핵심 장수 공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기 섭취 방식도 주목할 만합니다. 백세 어르신들은 고기를 좋아했지만 없어서 못 먹었을 뿐이며, 즐겨 드신 방식은 돼지고기 수육, 즉 삶아서 먹는 방식이었습니다. 기름기를 빼고 소화가 잘 되도록 부드럽게 만든 이 방식은 노년기 소화 능력에도 잘 맞는 방법입니다. 결국 우리 전통 식단은 영양학적, 생화학적 측면에서 지중해 식단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장수 식단임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사회적 관계와 규칙적 생활이 장수의 완성이다

박상철 교수는 연구에서 식단이나 운동 못지않게 강조된 것이 바로 사회적 관계와 규칙적인 생활습관입니다. 백세 어르신들은 조사하면서 발견한 공통점은 혼자 있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동네 사람들, 가족들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어 있었습니다.

 

연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는 화천군 간동면 일대에 살던 98세 동갑내기 두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두 분은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았는데, 한 사람이 산을 넘어 다른 사람을 방문하는 데 네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도 일주일에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서로를 찾아갑니다. 왕복 여덟 시간의 여정을 마다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하기는 뭘 한당가, 가만히 앉았다 오제"였습니다. 친구가 있다는 그 사실 하나로 험한 산을 여덟 시간에 걸쳐 넘었던 것입니다. 

 

 이 일화는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연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혼자 처박혀 있는 생활은 장수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관계를 유지하고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태도 자체가 삶의 활력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규칙적인 생활습관도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백세 어르신들에게 식사 시간은 절대 황금률이었습니다. 밭에서 일하다가도 밥시간이 되면 즉시 돌아와야 했고, 며느리가 5분이라도 늦으면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는 식사 시간의 규칙성이 얼마나 철저하게 지켜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아침부터 그날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었꼬, 농사를 직접 짓지 않더라도 밭을 돌아보거나 마을을 한 바퀴 도는 일과가 매일 반복되었습니다.

 

음식 섭취량에도 스스로 정해 놓은 절제선이 있었습니다. 2년마다 동일한 어르신을 추적 조사하는 종적 조사에서 놀라운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2년 전과 2년 후의 섭취량이 동일했던 것입니다. 낮에 간식을 드셨으면 저녁밥을 스스로 덜어 놓을 만큼 하루 식사량이 정확하게 조절되고 있었습니다. 소식이라기보다는 자신의 필요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키는 정밀한 자기 조절 능력이었습니다.

 

유전자가 장수에 미치는 영향을 약 20~30%에 불과하며, 나머지 70~80%는 생활환경과 생활 습관에 달려 있다는 결론은 이 연구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사회적 관계와 규칙적인 생활습관은 그 70~80%를 채우는 가장 중요한 두 축입니다.


박상철 교수의 30년 백세인 연구는 장수가 특별한 비법이 아닌 일상의 습관에서 비롯됨을 보여줍니다. 걷기 습관, 전통 식단, 사회적 관계라는 세 축은 거창한 비용 없이 누구나 실천 가능한 것들입니다. 다만 이 공통점들이 장수의 직접적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신충한 해석이 필요하며, 유전·환경 등 복합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이 연구는 오래 사는 것보다 인간답고 보람되게 사는 삶의 태도를 되묻습니다.


[출처] 박상철 교수의 백세인 장수 연구 강연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d6hAnF_Zp7Y